KWC2022: 새로운 기록
Sean Shin
2022-08-04
와인을 시음하고 평가하는 것은 기민한 직감과 맛과 향에 대한 표현의 숙련됨이 만들어 낸다. KWC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소위 우리나라 최고의 소믈리에들을 대회 기간 내내 지켜 보면서 느낀 소감이다. 그 진지한 평가의 결과가 8월호에 공개되었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연속적으로 와인 출품 수 기록을 갱신했다. 새로운 와인 산지에서 출품된 와인들과 새로운 빈티지의 매력과 개성을 소개하고 싶어하는 와인 생산자들 덕분이다. 올해의 흥미로운 결과를 짚어본다.
Korea Wine Challenge 2022 영상
대회 결선을 끝낸 다음 날인 7월 1일, KWC 2022의 전체 수상 결과가 KWC 홈페이지를 통해 바로 공개되었다. 올해 역시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소믈리에 50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여, 예선과 결선 총 9일간 진지한 심사를 진행했다. 그들이 시음과 선택에 철저 하려고 노력한 만큼, 주관사인 와인리뷰는 KWC 2022의 결과를 주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의미 있는 내용들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려 한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출품 와인의 수가 많았다. 총 911종이다. 한 종당 4명의 심사위원들이 시음을 마치면 서로 메모를 비교하여, 각자 부여한 개인 점수에 대해 합의한다. 예선을 통해 600종의 와인들을 추려내어 결선으로 올렸다.
다른 4명의 패널들이 다시 시음하고 나서야 결선 결과를 얻게 된다. 예선과 결선을 모두 거쳐서 결국 높은 점수로 Gold를 받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심사위원 자신들이 현재 일하고 있는 영업 현장에서 자신 있게 소개할 만한 정말 매력 있는 와인이라고 인정했다는 뜻이다. 더구나 트로피를 받는 와인이라면 탄탄한 구조감과 맛의 균형은 물론, 그 와인만의 섬세함과 세련됨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그런 이유로 결선의 마지막 하루는 트로피를 선정하기 위해 온전히 할애한다. 20명의 심사위원 앞에 각 부문 최고 점수를 받은 결선 와인 7종씩을 똑같이 배분했다. 트로피의 영광을 얻으려면, 결선 마지막 날 초청된 20명의 심사위원들의 세 번째 시음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특정 생산지, 품종 등 와인에 대한 개인 편견을 방지하기 위해, 예선부터 시작된 이 모든 과정은 블라인드로 평가한다. KWC 대회의 목적은 이렇게 진지한 과정을 통하여 수상하게 된 와인의 품질을 인정하고 홍보하는 것이다. 2005년부터 이 대회를 이끌어 온 최훈 대표는 대회 9일간 오전 9시 30분 브리핑 때마다 심사위원들에게 다음을 강조했다.
“KWC의 가장 큰 강점은 여러분이다. 우리 대회는 전적으로 심사위원의 수준과 여러분의 진지함에 의존한다. KWC의 결과가 특별하고 의미 있는 이유는, 다시 강조하지만, 같은 음식 문화를 배경으로 가진 대한민국 최고의 현직 소믈리에들이 품위 있는 설득의 과정을 거쳐 선정해 낸 때문이다. 영국에 디켄터 어워즈 심사위원들이 있다면, 한국에는 코리아 와인 챌린지 심사위원들이 충분히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믿는다.”
유명세를 누리는 평론가와 유튜버, 혹은 핸드폰 어플의 평가와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국은 영향력 경쟁이다. 코리아 와인 챌린지는 18년의 역사만을 맨 앞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이번 호에 실린 수상 결과는 대한민국 최고 소믈리에 50명이 진지하게 토론하고 서로 설득하면서 만들어 낸 결과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것이 KWC가 추구하는 심사 방식의 구조이다.
한국이라는 공통의 문화적 테두리 안에서 인정받는 와인 전문가가 된 다수의 소믈리에들의 공감으로 선택된 와인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진지함과 집중의 시간으로 시음 수고를 아끼지 않은 50명의 KWC2022 심사위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주목할만한 결과
출품 와인 수 : 작년의 888종에 이어, 올해는 출품 와인 수 911종으로 새로운 기록
2022년 메달 획득 상위 4개국 : 칠레(66종), 프랑스(55종), 이태리(54종), 호주(47종)
2022년 국가별 최다 Gold 순위 : 프랑스(19종), 칠레(12종), 이태리(12종), 스페인(11종)
동메달 이상을 수상한 총 메달 개수는 364종으로, 전체 출품 와인의 40% 이내
국가별 정리
이번 대회에서 수상한 와인들을 국가와 와인 지역으로 세분해 보니, 마치 와인 백과사전의 색인을 보는 것처럼 주요한 와인 산지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특히 베스트 오브 컨트리를 선정하게 된 기준인 메달 획득 상위 9개국의 메달 총 합계는 342종으로 전체 수상 와인의 94%에 달한다. 구세계(Old World)는 프랑스를 선두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이 그 뒤를 이었고, 신세계(New World)는 칠레, 호주, 미국, 아르헨티나, 뉴질랜드의 순이었다. 특히 칠레는 트로피 로제와 Gold 12종을 포함하여, 총 66개의 상을 수상함으로써, 남아메리카 대륙의 와인들이 한국 시장에서 가격뿐만 아니라 맛으로도 그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울레 밸리, 콜차구아 밸리, 마이포 밸리, 카차포알 밸리, 쿠리코 밸리를 포함하고 있는 센트럴 밸리 지역에서 출품된 와인들에 상이 집중되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세계(New World)에서 칠레의 매달 수에 가장 근접한 나라는 47개의 메달을 수상한 호주였다. 그 중 화이트 와인의 메달 수가 13종인 것이 눈에 띈다. 쉬라즈를 중심으로 만든 묵직한 레드 와인 뿐 아니라, 이젠 호주의 화이트 와인의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멕라렌 베일, 바로사, 클레어 밸리, 애들레이드 힐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와인들이 나왔다.
전체 Gold개수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9개의 Gold를 수상함으로써, 프랑스는 그들의 일관된 높은 품질 수준을 또 한번 입증했다. 샴페인 지역은 트로피, 베스트 오브 컨트리, 6개의 Gold를 수상함으로써 대회 최고의 영예에 해당하는 다수의 상을 휩쓸었다. 프랑스에서 이 보다 더 눈에 띄는 와인 산지는 바로 랑그독(Languedoc) 지역이다. 총 13개의 메달이 부여되었고, 이는 샴페인의 12개를 뛰어넘는 성적이다. 프랑스 최대 와인 산지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랑그독 와인은 그저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저렴한 와인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AOC와 IGP 등 원산지 증명을 통한 품질 향상 노력이 계속 되었고, 수백 명의 의욕 있는 생산자들에 의해 중급 이상의 와인이 기대되는 지역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랑그독을 포함하여 루씨옹(Roussillon), 그리고 미네부아(Minevior) 등이 위치한 남서지방(Southwest)에서 출품되고 수상된 와인 수를 더해 보면 총 20종으로, 프랑스 전체 매달 개수의 3분의 1 이상이다. 세계의 와인 지형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이며, 프랑스의 와인 지형 변화의 좋은 사례이다. 이는 단순히 지구 온난화의 영향 때문이 아니다. 열정 있는 이 지역 생산자들과 그들의 창의성을 발휘한 다양한 와인의 개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의 와인 지형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이며, 프랑스의 와인 지형 변화의 좋은 사례이다.”
이탈리아는 총 54의 메달을 수여하여 고품질 와인 생산의 폭을 입증했다.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토착 품종들로 와인을 빚는 나라이다. 올해의 수상 결과는 이탈리아에서도 높은 품질로 명성을 얻는 산지가 토스카나, 피에몬테 뿐 아니라 아부르쪼, 뿔리아 등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부르쪼와 뿔리아, 이 두 지역에서 수상한 메달만 16종이다.
총 41개의 메달을 차지한 스페인에서는 중부 라만차와 무르시아, 페네데스 일대가 주목할 산지로 부상되었다. 스페인 메달의 절반 이상이 이 지역들에서 나왔다.
KWC의 새로운 도전
올해부터는 KWC 최고의 메달이 어디로 향했는지를 보여주는 글로벌 개요를 통해, 눈에 띄는 와인 지형의 변화도 세심히 읽어내려고 한다. 보다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그 해의 두각을 나타내는 신예 와이너리를 포함하여 매년 좋은 성적을 보여주는 생산자들을 응원하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에 아직 진출하지 않은 와이너리들을 찾아서 발전하는 한국 와인 현황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대회에 참여시키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총 364종의 와인을 선정하여 KWC2022의 트로피, 베스트 오브 컨트리, 금상, 은상, 동상을 수여하고, 수상 결과의 의미를 해석해 보았다. 이를 통해 KWC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지향점은 결국 고객의 경험(Consumer Experience)이다. 대회를 통해 선정된 와인들의 면면을 알리고, 고객이 직접 그 와인을 선택하고 경험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입맛과 취향이 있다. 개인 취향은 기계적 측정치로 설명되지 않는다. 와인 경험이 아무리 많은 소믈리에라고 해도 예외일 수 없다. 맛의 균형감이나 여운 등 제시된 평가 기준은 분명하지만, 언제나 어느 정도 주관성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정말 좋은 맛이라든지, 오크 터치가 적당하다 아니면 그렇지 않다는 평가는 모두 각자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와인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KWC 심사 테이블의 똑같은 와인에 대해서도 약간씩 다른 해석이 존재하며, 그들은 주관적인 해석을 서로 주고받는다. 그 다름을 통과하면서, 심사위원 각자는 보다 현명하게 자신의 점수를 기록하게 된다. KWC 수상 결과의 질적 풍요로움은 다양한 취향들이 융화되면서 만들어 낸 공감으로부터 비롯되는 듯하다.
“KWC 수상 결과의 질적 풍요로움은 다양한 취향들이 융화되면서 만들어 낸 공감으로부터 비롯되는 듯하다.”
이제 KWC2022의 결과를 읽는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주어진 큰 몫은 KWC 수상 와인의 가치에 대한 관심을 보내는 것이다. KWC스티커가 자랑스럽게 붙어 있는 와인을 선택하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와인과의 기분 좋은 만남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입안에서 정말 좋은 여운이 남지 않던가요?” 사실 소비자들의 이런 코멘트를 듣기 위해, 와인 생산자들은 심지어 생산 품종의 전환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출품한 와인을 통해, 그들의 새로운 도전과 그 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싶어한다. 이것이 다른 대륙에 있는 생산자들이 KWC에 매년 와인을 정성스럽게 보내는 이유이다.
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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